[해맑음레터 160호] "힘내라! 동현아"
- 관리자
- 2021.08.18 13:08
- 조회 229
<해맑음센터>에서는 수료한 학생들과 끈끈한 관계를 이어가려고 노력합니다.
아이들이 수료 후 복교를 잘 하는지 또 복교 후 학교를 잘 다니는지 연락을 취하기도 하고
정말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기도 합니다.
서로 배달 음식을 추천해주기도 하고 매니큐어 색을 골라주기도 합니다.
이런 관심과 소통들이 모여 시간이 지날수록 수료한 학생들과 끈끈한 관계를 이어가는 것 같습니다.
작년 11월에 수료한 동현(가명)이는 자퇴 후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다니던 도서관을 가지 못해 집에서 수많은 유혹과 싸우고 있다는 동현이.
막상 집에서 공부를 해보니 생각보다 꾸준히 하기 어렵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기도 힘들다고 합니다.
코로나로 인한 도서관 규제가 풀렸지만 갈 수 없는 동현이에게는 사정이 있었습니다.
동현이를 가해했던 학생들은 오히려 동현이를 가해학생으로 신고하였고 처벌도 행정심판을 통해 받지 않게 되었습니다.
동현이가 이 사실을 알게 되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법과 행정적으로 동현이가 할 수 있는 일은 전혀 없었습니다.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무엇 때문에 행정심판에서 처벌이 중지되었는지 피해자는 전혀 알지 못한다고 합니다.
피해자가 알지 못하는 동안 처벌은 취소되고 가해자들끼리 모여 오히려 피해학생을 가해자로 신고해도 대응을 할 수 없습니다.
여러 방면으로 알아보더라도 원하는 결과와 기약을 알 수 없는 싸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동현이와 가족들을 억울하고 무기력하게 만들었습니다.
얼마나 동현이가 힘들지 눈에 선했습니다.
힘들어도 힘들다고 내색을 못하는 동현이기에 더 마음이 쓰였습니다.
힘내라고 말만 할 수 없어 밥이라도 한 끼 사주고 싶어 약속을 잡았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동현이를 만나는 날.
괜히 제가 설레고 기분이 좋았습니다.
아파트 출구에서 만난 동현이는 빡빡 깎은 머리에 여전히 예의 바르게 인사를 했습니다.
무얼 먹고 싶냐는 질문에 선생님이 좋아하시는 거라고 대답하는 동현이에게
그렇다면 김밥천국이라고 말했지만 그래도 좋다고 합니다.
이 동네에 맛집이 없냐고 물어보자 집 밖으로 나와 본지 한참 되었다는 동현이의 말에 더 묻지 않고 짬뽕집으로 향했습니다.
빠르게 메뉴를 주문하고 동현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공부가 얼마나 힘든지부터 재미있는 웹툰 이야기, 소소한 가정사 등
오랜만에 봤지만 마치 어제 본 것처럼 편안했습니다.
음식이 나오고 연신 맛있다며 잘 먹는 동현이를 보자 ‘보고만 있어도 배부르다’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음식을 맛있게 먹고 아파트 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셨습니다.
이렇게 아파트 밖에 나와 앉아있어 본 기억이 2년 전이라고 합니다.
눈앞에서 무슨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는지 쉴새 없이 웃는 교복 입은 학생들을 보니 동현이가 안쓰러웠습니다.
그래도 선생님과 함께 나오니 하나도 겁이 안 난다는 동현이에게 고맙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주섬주섬 종이가방에서 꺼낸 비누 카네이션.
선생님을 위해 만들었다는 카네이션과 그 안에 꽂혀있는 편지지.
편지는 꼭 가면서 읽어보라는 동현이를 꼭 안아주었습니다.
“저 만나러 먼 길 와주신 선생님. 다음에는 당당한 모습으로 제가 갈게요.”
“그래. 동현아. 힘내라. 선생님이 응원할게.”